My Beloved Stranger
2025년 ‧ 2시간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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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을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일본 현지에서 개봉 직후 감성적인 연출과 OST로 입소문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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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한 프랑스의 로맨틱코미디 영화 러브 앳(Mon inconnue)을 원작으로 한다.
어디는 동명의 일본소설이 원작이라 하고 어디는 프랑스 영화가 원작이라고 하고..
정말 예정에 없이 급하게 보게 된 영화
OST가 좋길래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잊고 있었는데 운좋게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적(OST도 진짜 좋다)
줄거리는 뭐..
남주는 소설가, 여주는 가수의 꿈을 꾸고 있고 남주가 소설가로 성공하며 여주는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가 된다.
흔히들 그렇듯, 성공하고 바빠진 남주는 신경질적이고 가정에 소홀한 놈으로 살게 되고.. 갑자기 이세계로 가는데 그곳에선 여주가 가수로 성공하고 남주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직장인 심지어 여주는 남주를 모른다.
그 상태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여주에게 접근하고.. 뭐 결말은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안돌아가고 이세계의 여주와 결혼하고 본인도 소설가로 다시 성공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걸로 마무리. 해피엔딩~_~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고 있는 길,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길, 가야할 길.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나는 만족했을까, 행복했을까?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들었던 생각은 사랑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 라는 생각이었다.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들 때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 같이 느껴지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나 그 기분과 행동은 그리 오래 가지 않고 곧 한쪽이 먼저 변하게 된다. 인간이므로, 당연하다.
각자의 삶이 있고 살아온 방식과 만들어 온 인간관계들이 있으니까 도파민이 미친듯이 나오는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문제는 그 시기이다.
한쪽이 서운함을 느낄 수도, 한쪽은 질리거나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느낄 수도
그것마저도 지나고 나면 서로 이해하고 안정된 연애를 하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이쯤에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연애는 왜 하는거지? 나는 왜 시작했지? 왜 혼자 지내지 않고 연애를 하려고 했을까?
설레고 들뜨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그런 걸 못 느끼던 사람이니까.
내가 원했던 건 안정감이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서 변치 않고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랑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가 가장 우선순위이며 온전히 서로의 사람인 사람이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바로 이 부분이 영화를 보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다.
서로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하고 흔히 성공적인 연애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결혼까지 도달한다.
직업적으로도 성공해 이젠 가난도, 외로움도 없을 것 같지만
사람이 변했다, 사랑이 변했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함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간은 믿을 게 못되지. 인간을 어떻게 믿어. 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고, 숨겨놨던 불안함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생각을 깊게 하지말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괜히 지금의 나를 갉아먹는 일이니까
그러나 한 번 생각을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진다.
이내 도망치고 싶어 진다. 모든 것들에게서
만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노력하는 일에 대해서도, 끝내는 세상에서도
도망치고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심각한 회피형이었다.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중요한 발표 같은 것들이 있을 때도 도망치고 싶었고 실제로 학교를 안나가거나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지 않게 된 건 도망치고 시간이 지나면 늘 후회가 들었기 때문이다.
'아 해 볼 걸, 나는 잘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에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역경을 피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라는 말을 되뇌이며 살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내 본성인가보다.
가끔 정말 그냥 삶에서 도망치고 싶다.
삶의 대부분을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건강해 졌다 느끼는 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그래 우선 좀 더 살아보지 뭐, 너무 힘들면 그때 도망치자'
하고 넘길 수 있게 됐다.
연애를 해서 행복하다.
근데 언제 마음이 바뀌거나 여러 문제로 헤어지게 될지 몰라 무섭다?
일이 불안정 하다거나 자신이 없다 앞이 깜깜하다?
모든 걱정과 문제는 한가지 생각으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우선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정 안되면, 다 망했으면, 그때 도망치면 되지'
이게 지금 나를 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숨통이 좀 트인다.
미래를 걱정하는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생각을 끄고 열심히 하는 것. 그것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카지와라 케이스케
주인공의 친구로 나오는 인물인데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남주를 믿어주며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되게 밝고 가볍고 웃긴 캐릭터로 나오지만
알고보니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버티고 사는 중이었다.
내가 사라져도 넌 살아야 돼
언젠가 봤던 문구
그런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내가 너없이 어떻게 사냐고 하고 싶지만
사실 알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걸
그렇게 살다보면 웃는 날도, 행복을 느끼는 날도 온다는 걸
스스로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었다.
그걸 보여주는 게 바로 저 캐릭터였다. 카지와라 케이스케.
저렇게 웃고 저렇게 좋은 말들을 해주기 까지 얼마나 큰 슬픔을 견뎌냈을까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크게 느낄 수록 긍정적인 감정도 크게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부정적인 걸 못 느낄 수록 긍정적인 감정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힘들기 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아팠던 만큼 더 행복할 수 있다.
이러면 더이상 아픔이 무섭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너지고 아직도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겐 어리광도 부려보며
버티다 보면 다시 또 좋은 날이 온다는 걸 이젠 안다.
이 글을 보게 될 내가 모르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지금 슬프거나 아프거나 힘들다면
그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언제든 도망쳐도 되니까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보자고 딱 그만큼 까지만
인생은 언제나 롤러코스터 같으니까. 그게 빠르거나 느리거나 차이일 뿐
정 안되면 언제든 모든 걸 놓고 삶에서 도망칠 수 있으니까
오히려 그걸 위안 삼아 살아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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